
“형님, 요즘 자주 여기에 계시네요.”
지루한 듯 멀직이서 식물원 밖 너머 풍경을 바라보다가 툭 말을 뱉었다. 눅눅한 공기가 느껴질 정도로 식물원 밖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식물원의 밖 야외 정원에 피어난 꽃 위로 토도독 소리가 날 듯 여린 종잇장 같은 잎 위로 빗방울이 내려앉다가 튀어 지면을 적셨다. 지루할 만큼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한 자리에서 계속 식물을 바라보는 제 형님이 의문스럽기만 하다. 형님이 생각 없이 이렇게 있을 분은 아니라는 것은 저도 잘 알기에 지루함을 알면서도 이렇게 같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뭐, 내가 여기에 있는 게 불만이냐?”
“ㅇ,아니… 그런 뜻은 아니지만요….
식물원 입장료는, 꽤… 비싸지 않나 해서요….”
맞을까 싶어 주섬주섬 변명을 뱉었다. 같이 한 시간도 많지만 아직도 겁이 많은 성격이라 형님에게는 농짓거리를 쉽게 뱉지 못했다. 같은 팀의 포르마조 정도라면 모를까, 형님에게는 쉽게 대하기가 어려웠다.
벤치에 널부러지듯 앉아있던 그는 변명으로 저를 둘러 내는 자신을 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아직도 그의 미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항상 미간이 찌푸려진 이마가 풀리면서 위로 솟은 눈썹이 처지며 입꼬리가 곡선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미남을 보는 것을 마다할 사람도 없겠지만 말이다.
“펫시, 너가 내는 것도 아닌데 돈걱정을 하고 그러냐.
지루하면 지루하다고 해라.”
“네에…. 사실 지루해서, 무슨 지시가 있는 건 아닌데
요새 계속 여기를 들리셨잖아요.”
결국 지루하다는 사실을 실토한 것만으로도 주눅이 든 듯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제 모습을 보던 그가 다시 식물원 내의 이름 모를 작은 새싹이 가득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평범하게만 보였고, 어떻게 보면 잡초로만 보이는 그 풀이 중요한 걸까.
“… 솔직히, 나도 이런 곳에 있는 게 우습긴하다.
우리는 생명을 거두는 놈들이잖냐? 그런데 이렇게 생명이 드글드글한 곳에 있다니, 여기에서 가장 어울리지 못하는 놈들 일거다.”
여기는, 사람도 거의 안 올뿐더러 관계자도 거의 돌아다니지 않아서 이야기를 하기에는 좋지.
한숨을 한 번 내쉬던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잘 들어라. 이제 너도 단독으로 행동할 때가 왔다. 이전까지는 내 지시만 따라왔지만, 혼자서 계획하고 움직이게 되겠지. 최근 …”
그의 말에 놀라 고개를 들고 제 형님인 프로슈토를 바라 보았다.
그 뒤로 제 형님이 뭐라 더 말을 했지만, 귀에 잘 안 들어왔다. 묘하게 슬퍼 보이는 눈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과 다르게 목소리를 평상시처럼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이질적이었다. 간간히 들리는 단어로는 팀 내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는 것 같았다. 혼자는 그리 무섭지 않다. 사람의 심장정도는 직접적으로 노려 옥죌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건 전부 형님의 격려가 있기에 가능했다.
“…형님은, 형님은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무슨 소리지? 결정된 건 내 권한도 아닌데.”
그렇다, 그가 결정한 것도 아닌데… 그리고 나는 무슨 대답을 원했기에 그에게 저런 질문을 한 것일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제 형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그의 말이 끝나자 축 쳐진 채 대답을 하고는 식물원을 떠났다.
비가 오는 데도 우산도 없이 식물원 입구로 향하는 제 동생을 바라보는 프로슈토는 유리창에 제 손을 얹었다. 유리창 너머로 빗방울이 맺혀 떨어지는 모양새가 마치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그가 걸어갈 때마다 지면에 젖어든 풀이 밟혀 짓이겨 푸른 물이 배여든다.
아주 새파랗게,
아주 새파랗게.
